등장 인물들의 캐릭터는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며, 기존 영화의 특정 부분을 리터치하여 사용한 것이 있음을 밝혀둡니다.

 


 

 

타오르 말레크(Taor Malek)

 

 

망갈로르(Mangalore) 왕국의 왕자. 이 영화의 제 1 주인공. 조용하고 심오한 성격의 소유자. 마음이 여리고 대단한 집념을 가지고 있다. 생각이 깊고 고민이 많다. 의구심이 강하며 일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이타적, 따뜻한 성격. 감정적.

 

 

-시나리오 맛보기-

 

타오르, 빌틴느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눈부신 듯한 표정으로 마주보는 빌틴느. 두 사람, 아무 말이 없다. 한참을 그렇게 마주보다가 빌틴느, 갑자기 꿈에서 깨어나듯 자세를 고쳐 앉고 일어날 채비를 한다.

빌틴느 : 전 이제 가봐야 할 것 같아요. 너무 늦으면 혼나거든요. 왕자님도 얼른 들어가세요. 날씨가 꽤 쌀쌀해요.

빌틴느, 걸치고 있던 타오르의 옷을 건네준다. 타오르, 옷을 건네받는다.

타오르 : (쓸쓸한 표정) 오늘은 정말 즐거웠소, 언제 또 만날 수 있을까요?

빌틴느 : 글쎄요...... 왕자님과 제가 인연이 있다면 다시 볼 수 있을 거예요.

뒤돌아선 빌틴느. 타오르는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타오르 : (다급하게) 빌틴느!

뒤돌아보는 빌틴느. 타오르는 정원 안에 있는 꽃을 하나 꺾어 빌틴느에게 내민다. 빌틴느, 꽃을 받아들고는 미소를 짓는다. 그녀의 사랑스러운 미소를 바라보며 행복해 하는 타오르. 빌틴느, 황급히 자신의 거처로 돌아간다. 타오르,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빌틴느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타오르 : 하나, 둘, 셋,......

타오르 멀어져가는 빌틴느를 바라보며 일정한 템포로 숫자를 세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 템포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느려진다.

타오르 : 일곱, 여-덟,......

타오르의 표정에 안타까운 그림자가 덮인다. 숫자를 세는 템포가 훨씬 느려진다.

아호......옵,...... 여......어......어......

타오르의 얼굴이 완연하게 이그러지려는 순간, 멀어지던 빌틴느 잠시 멈추더니 고개를 돌려 타오르를 바라본다. 타오르가 아직 그 자리에 서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음을 발견한 빌틴느, 재빨리 몸을 돌려 모퉁이를 돌아 사라진다. 타오르의 얼굴에 드리웠던 그림자가 걷히면서 대신 환한 미소가 퍼지면서 행복에 도취된다. 빌틴느가 사라진 곳을 한없이 바라보는 타오르.

 


 

 

빌틴느(Biltine)

 

 

발타자르의 두번째 아내. 페니키아인으로서 망갈로르 왕국의 조로아스터 성전에서 춤을 추던 여사제. 타오르와 이루지 못할 사랑에 빠지나 신비한 별이 나타나자 타오르를 떠나보낸다. 총명하며 자아의식이 뚜렷한 여자. 열정적이며 적극적이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다.

 

 

-시나리오 맛보기-

 

타오르와 발타자르가 신전 종사자들의 숙소 안에 있는 정원에 다다랐을 때 타오르 일행과 물동이를 이고 있던 한 소녀가 부딪힌다.

타오르, 발타자르 : 어, 어어!

항아리는 떨어져 산산조각이 난다. 깨지는 소리에 주위에 있던 시녀 몇 명이 달려오고 있다. 어찌할 바를 몰라 하는 소녀. 소녀는 온몸에 노란 사리를 두르고 있어서 눈 부위만 살짝 보인다. 다짜고짜 화를 내는 발타자르.

발타자르 : 아니~! 이 사람이 도대체 눈을 어디 두고 다니는 건가?

빌틴느 : 죄송합니다, 나으리......

발타자르 : 죄송하다면 다인 줄 아느냐? 도대체 되먹지를 못했구나, 여기 있는 나와 타오르는 두 나라의 왕자니라! 우리 몸에 상처하나라도 생기는 날엔 네 목숨은 이미 없다는 것을 어찌 모른단 말이냐?

이 때, 세 사람 사이에 나타난 나이 많은 시녀.

시녀 : (빌틴느를 향하여) 아이고~ 이것아! 어서 용서를 빌지 못할까! 두 분 왕자님께 면목이 없습니다. 이 아이가 이곳에 온지가 얼마 안 되어 뭘 몰라서 그런 겁니다. 폐하께서 페니키아에 가셨을 때 직접 데리고 온 무희들 중 한명이랍니다.

발타자르 : 아무리 타국에서 왔다지만 이렇게 조심성이 없어서야...... 하마터면 나와 타오르가 저 항아리 조각 때문에 다칠 뻔 했단 말이오.

빌틴느 : 전 두 분 왕자님들께 이미 사죄를 드렸습니다. 이젠 두 분 왕자님들께서 저에게 사과하셔야 합니다.

빌틴느의 말에 시녀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고 그곳에 있던 사람들이 벙어리가 된 모양 조용해졌다.

빌틴느 : 두 분 왕자님들께서 소녀처럼 비천한 계집에게 사죄를 하신다면 필경 망갈로르와 니푸르의 백성들은 이리 훌륭한 왕자님을 모시게 된 것을 위대한 아후라 마즈다의 이름으로 감사할 것이오, 이 천하디 천한 페니키아 계집에게는 더할 나위없는 영광이 될 것입니다.

타오르, 발타자르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다시 빌틴느를 쳐다본다.

타오르 : 그대와 같이 지혜로운 소녀를 만난 것도 신께 감사드릴 일이오. 잘못은 이쪽이 먼저 했으니 용서해주시오. 자, 발타자르, 자네도 용서를 빌게.

발타자르, 아무 말 않고 가만히 있다. 그러나 곧 입을 연다.

발타자르 : 미안하게 되었네......

타오르 : (빌틴느를 향해 미소 지으며) 그대의 이름을 알고 싶소.

빌틴느 : 귀하신 왕자님들께 감히 소녀의 이름을 아룁니다. 소녀는 멀리 페니키아에서 온 빌틴느라 하옵니다.

타오르 : 빌틴느...... 빌틴느......

 


 

 

오마르(Omar)

 

 

타오르(Taor)가 노예 생활을 하던 때에 동료 노예로서 인연을 맺은 남자. 근본은 나쁜 사람이 아니나 단호하지 못하여 세상의 유혹을 벗어나지 못하는 성격의 소유자. 경박하고 현실적, 세속적이나 사람 자체는 순수한 면이 있다. 자기 자신이 세상물정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타오르와 함께 노예의 신분에서 풀려난 이후 타오르를 쫓아다니며 타오르를 옆에서 보필한다. 나이가 들어서는 타오르의 성격과도 비슷한 면이 생긴다. 그러나 천성적인 속물 근성을 버리지 못하고 타오르 사후에 타오르가 가지고 있던 빌틴느의 보석을 팔아 거부가 되어 자신의 세속적 야망을 이룬다.

 

 

-시나리오 맛보기-

 

오마르 : (아주 작은 목소리로) 이보시오...... 이보시오......

청년, 주위를 둘러본다. 창가쪽에 오마르를 발견하고는 그리로 간다.

청년 : 날 부른 게 당신이오?

오마르 : 그렇소. 난 당신이 찾는 자를 알고 있소. 그의 곁에서 몇년간을 함께 노를 저어왔소.

청년 : 그렇군요...... 헌데 나한테 무슨 볼일이라도 있소?

오마르 : 난 당신이 찾는 사람의 조카 되는 사람이오.

청년 : 조카? (의심스러운 표정) 허나 그건 금시초문인데......

오마르 : 이곳 사람들은 그 사실을 모르오. 날 저자들에게 팔아넘기려 하고 있소. 제발 나 좀 여기서 꺼내주시오.

청년 : 어디서 거짓말을 하는 거요? 그 분한테의 조카가 여기 있을 리가 없소.

오마르 : 아니...... 조카 맞다니깐~!

오마르의 말을 무시하고 다른 데로 시선을 돌리는 청년. 곧이어 함장이 들어온다. 재빨리 원위치로 돌아간 오마르. 청년이 함장실에서 나오자 백발이 무성한 노인이 그의 눈에 띈다.

함장 : 이 자가 자네가 찾는 그 노예가 맞는가?

청년 : (타오르를 유심히 살펴보며) 노인장, 성함이 어떻게 되오?

타오르 : 타오르요...... 마하라니 타오르 말레크......

청년 : 틀림없군요...... 이 분이 맞아요, 여기...... 받으시오.

청년은 은화가 가득 찬 주머니를 함장에게 건네준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오마르.

오마르 : 아니, 영감님~! 이런 법이 어딨소? 영감님하고 저하고 같이 나가기로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타오르, 오마르의 말을 듣고 곤란한 표정을 짓는다. 오마르의 옆에 있던 병사, 오마르의 배를 발로 찬다.

오마르 : 어이구, 어이구......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영감님...... 어이구, 사람 잡네......

타오르, 청년을 바라보며,

타오르 : 저 자도 꺼내주시오, 저 자와 일전에 한 약속을 지켜야 하오.

청년, 난처한 표정을 짓는다.

청년 : 허나...... 저 자는 잘못이 있어 이리로 온 자요. 질이 나쁜 사람 같아요.

타오르 : 아무리 질이 나쁜 사람이라도 약속은 지켜야겠소. 저 자도 나올 수 없다면 나도 안가겠소.

청년, 난처한 표정을 짓다가 자신의 심복들한테 은화를 더 가지고 오라고 명한다.

청년 : 함장님...... 괜찮겠습니까?

함장 : (주머니 속의 은화를 보며) 그럼...... 괜찮고말고......

 


 

 

발타자르(Balthazar)

 

 

세 사람의 동방박사 중 한 사람. 니푸르(Nipur) 왕국의 왕. 타오르의 가장 친한 친구. 약간 격정적, 성질이 급하고 보수적, 적극적인 행동주의자이며 외고집이 있다. 망갈로르 왕국 방문 때 첫눈에 반한 빌틴느(Biltine)를 두 번째 아내로 맞아들인다. 빌틴느를 열렬히 사랑하나 정작 그녀가 마음속 깊이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이 아닌 타오르라는 사실에 괴로워하다가 결국 그녀가 타오르와 부정을 저지르자 절망에 빠지지만 특유의 적극성과 선한 천성으로 극복한다.

 

 

-시나리오 맛보기-

 

왕비 : 폐하, 전 도저히 창피해서 못살겠습니다.

발타자르 : 아니...... 또 왜 그러시오?

왕비 : 아랫것들이 뭐라는 줄 아십니까? 빌틴느 때문에 폐하와 우리 왕실의 위상이 말이 아닙니다.

발타자르 : 또 왜 그러시는 거요?

왕비 : 입에 담기도 민망한 말이라 무어라 말씀드려야 할지......

발타자르 : 어서 말씀 해보시래두요.

왕비 : 좋습니다. 말씀드리지요...... 지금 빌틴느의 뱃속에 있는 아이가 폐하의 아이가 아니라는 겁니다.

발타자르 : 그게 무슨 소리요! 내 자식이 아니라니?

왕비 : 듣자하니 빌틴느의 뱃속의 아이는 빌틴느가 망갈로르의 왕인 타오르의 아이라는 겁니다.

발타자르 : 뭐라고? (노발대발하며) 감히 누가 그런 발칙한 헛소문을 퍼뜨리고 다닌단 말이오?

왕비 : 저도 들은 얘기인지라...... 허나 이 얘긴 폐하가 모르시면 안될 것 같아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거기다 니푸르의 법에는 간통한 여성은 남편과 집안에 불명예를 안긴 이유로 남편이 마음대로 죽일 수 있게 되어있지 않습니까? 그만큼 중죄라는 겁니다.

발타자르 : ...... (심각한 표정)

왕비 : ......폐하?......

발타자르 : 이는 분명 우리 니푸르의 명예를 손상시키고자 하는 자들의 짓이요. 이런 해괴망측한 얘기를 퍼뜨리고 다니는 자가 발각이 될 시엔 그의 혀를 잘라다가 술을 빚을 것이외다.

왕비 : 하면, 빌틴느는 어찌하실 겁니까?

발타자르 : 빌틴느의 뱃속의 아이는 분명히 내 아이요. 행여 그 소문이 사실이라 칩시다. 빌틴느가 죽임을 당한다면 이는 곧 니푸르나 왕실집안에도 불명예스러운 일이 될 거요.

왕비 : 그렇다면 폐하께서는 빌틴느를 가만히 놔두시겠다는 말씀이시군요......

뚫어져라 왕비를 바라보는 발타자르.

발타자르 : 그렇소...... 그리고 또 한 가지! 남편에겐 투기가 심한 아내를 죽일 권리도 있다는 걸 똑똑히 명심해두시오.

왕비, 발타자르의 말을 듣고 얼굴이 하얗게 되더니 헐레벌떡 그곳을 빠져나온다.

 


 

 

멜키오르(Melchior)

 

 

세 사람의 동방박사 중 한 사람. 팔미렌느(Palmirene) 왕국의 왕. 타오르의 친구. 지적 욕구가 충만하고 일에 대한 집념이 강하고 말수가 다른 이들에 비해 적은 편이나 예리한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 선비 스타일.

 

 

-시나리오 맛보기-

 

왕자들, 타오르의 말을 들으면서 다소 어떠한 부분에서는 동의하는 표정을 짓는다.

티그레인 : ......나도 어렸을 땐 그런 고민들을 안고 살았네. 허나 그것들에 대해 너무 집착하는 건 위험하다는 걸 살면서 조금씩 배우게 되었지. 자넨 아직 젊어서 현실과 타협하는 법을 배우질 못한 것 같네.

타오르 : 티그레인, 자네는 지금의 자네 삶이 만족스러운가?

티그레인 : 물론 내 인생이 자네가 방금 말한 그런 삶이라고는 할 수 없네. 하지만 크게 불만은 없네. 어차피 우리 인간들도 다른 동물처럼 땅 위에서 살다 흙으로 돌아가는 거니까...... 그건 자네도 마찬가지 아닌가? 자넨 좋은 조건들 속에서 부유하게 잘 살고 있으면서 왜 그런 것에 집착하는지 이해가 안 되네.

타오르 : 자네 말처럼 인간도 한쪽 면에서는 동물과 다를 바는 없네. 그러나 분명히 우리 인간들은 두 발로 걷는다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나?

티그레인 : (다소 비양거리는 투로) 그건 자유로운 두 팔로 사랑하는 여인을 안으라고 있는 것 아닌가?

타오르 : 티그레인, 동물이 네 발로 걷는 것은 그들의 삶의 터전이 땅이고 우리가 두 발로 걷는 것은 땅이 아닌 하늘이 우리의 삶의 터전이고 고향이기 때문일세......

타오르의 말을 듣고 있던 압더스,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머리를 설레설레 젓고는,

압더스 : 뜬구름같은...... 그래서...... 자네의 그 괴상한 여행에 우리도 동참하라는 건가?

타오르 : 이보게, 뜬구름이라 하지만 뜬구름도 분명 우리 머리 위에 존재하는 것이네. 그리고 이 여행은 나 혼자서는 어림없는 일일세. 자네들의 도움이 필요하네. 나와 함께 이스라엘로 가주지 않겠나?

압가러스 : (약간 겁먹은 표정) 우리도 뭐...... 같이 가주고 싶긴 하네만...... 난 좀 빠져야 할 것 같네. 자네들도 알다시피 심장이 약해 잘 놀라고 그런다네...... 난 짐만 될 거야. 어이구...... 잠깐 밖에 좀 나가봐야겠네. 몸이...... 여봐라~! 게 아무도 없느냐?

압가러스, 배를 움켜쥐고 자신의 시종을 불러 부축을 받고 밖으로 나간다.

가스파르 : 저 엄살...... 저 친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것도 신기할 따름이야.

로다스터스 : 타오르...... 다행히 이 여행이 짧은 시간동안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모르지만...... 너무 위험하네. 미안하지만 난 자네의 제안에 동의할 수 없네. 솔직히 말하자면...... 난 자네가 이 여행을 포기해 주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는 사람이네.

로다스터스는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티그레인 : 아까 말했듯이 사랑하는 여인 때문에 이 길을 동행할 수가 없네. 정말 미안하네. 타오르 왕자......

티그레인도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타오르, 낙담한 얼굴이다. 멜키오르는 타오르를 말없이 지켜보고 있다.

압더스 : 난 정말 자네를 이해할 수 없네, 타오르...... 난 이만 돌아가도록 하겠네. 굳이 자네가 가겠다면 할 수 없지. 부디 여행길이 순탄하길 비네......

심각하게 고심하는 표정의 발타자르가 타오르의 눈에 들어온다. 발타자르는 타오르를 바라본다.

발타자르 : 타오르...... 난 저들보다 더 오래전부터 자네를 봐왔네. 그리고 자네의 입장에 대해 너무나 화가 나는 바일세. 자네가 아닌 자네를 괴롭힌 그 의문들에게 말이야......

타오르, 고개를 숙인다.

발타자르 : 니푸르는 예전부터 이곳 주변나라들 중 가장 열심히 신을 숭배했던 곳이라네. 어렸을 때부터 엔릴신전에서 열리는 제사를 볼 때마다 나도 자네와 같은 생각을 자주 했었다네.

타오르, 고개를 숙인 채 발타자르의 말을 듣고 있다.

발타자르 : 나도 자네와 같이 궁금해 하는 일들이 많다네. 같이 가서 그 분을 뵙도록 하세.

타오르, 발타자르를 바라보며 환희에 찬 표정을 짓는다. 발타자르에게 다가가 그의 손을 붙잡는다.

타오르 : 고맙네...... 역시 자넨 내 친구야!

가스파르 : 왠지 이 여행은 스릴 있을 것 같네. 나도 같이 가도록 하겠네, 타오르.

타오르 : 고맙네. 가스파르......

멜키오르 : 타오르 왕자......

세 사람이 동시에 멜키오르를 쳐다본다.

멜키오르 : 자네의 얘기를 듣다보니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네. 난 칼대아의 서적과 예언서들을 오래전부터 공부해온 사람이네...... 나도 자네들과 여행길을 함께 하고 싶네. 괜찮겠나?

타오르 : 괜찮고말고요...... 고마워요, 멜키오르.

타오르는 세 사람의 손을 번갈아 잡는다.

 


 

 

가스파르(Gaspard)

 

 

메로에(Meroe) 왕국의 왕. 타오르의 친구. 낙천적, 사교성이 좋고 겁이 조금 있으며 게으르고 호기심이 왕성하다.

 

 

-시나리오 맛보기-

 

가스파르 : 역시...... 뭔 소리가 나오려나 했더니만...... 아참, 티그레인 자네는 또 부인을 들였다지? 이번엔 어느 나라 여인인가? 보나마나 엄청난 미인이겠지?

티그레인 : 이번엔 이집트쪽 여인인데 정말 보석같이 아름답다네. 이번엔 정말이지 나의 유일한 반려자를 만난 것 같아. 그녀와 함께 있으면 하루하루가 얼마나 빨리 가는지...... 이 행복을 자네들은 모를 거야.

압더스 : (실눈을 뜨고 티그레인을 바라보더니 머리를 숙여 자신의 반들반들한 대머리를 보여주며) 자네, 내가 왜 대머리인 줄 아나?

티그레인 : 왜, 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려고?

압더스 : 자네가 유일한 반려자라는 말을 할 때 마다 내 일일이 세기 귀찮아서 머리카락을 하나씩 뽑다보니 이 꼴이 됐네. 이젠 더 이상 뽑을 머리카락도 없다구! (좌중, 폭소가 터져 나온다.) 자네는 유일한 반려자가 도대체 몇 명이나 되는 건가?

가스파르 : 몇 번째면 어떻고 몇 명이면 어떤가? 난 티그레인 왕자가 부러울 따름이네.

발타자르 : 하하...... 가스파르도 얼마 전에 결혼했잖은가?

가스파르 : 에잉...... 사랑이 없는 결혼이었지. 아버지의 강압에 못 이겨서 말일세. 그래도 이왕이면 미인이었으면 봐줄만한데 하필이면 호박이 걸려들게 뭐람...... 난 나라를 위해 내 한 몸 바친 거라구......

티그레인 : 나도 정실부인은 그리 미인은 아니지만 첩이야 자네가 원하는 여인으로 얼마든지 얻을 수 있지 않나?

가스파르 : 불행하게도 내 주위엔 이목을 끌만한 미인이 없다네. 그렇다고 티그레인, 자네처럼 먼 길 마다 않고 방방곡곡을 누비면서까지 미인을 얻을 생각은 없네.

티그레인 : 어째 말에 가시가 있는 것 같구먼......

 


 

 

나탄(Nathan)

 

 

도둑들의 두목. 비록 도둑이긴 하지만 부하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포로로 잡은 타오르의 인품에 오히려 사로잡힌다. 사랑는 여인에 대한 가슴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다.

 

 

-시나리오 맛보기- 

 

사실은...... 나도 한 때는 내 별을 찾아보는 것을 소원했었소.

타오르, 의아한 표정으로 나탄을 바라보나 질문 대신 가만히 나탄의 다음 말을 기다린다.

나탄 :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별을 찾았소. 그런데...... 내 별은 하늘에 있는 저것들 중의 하나가 아니라 땅에 있는 것이었소. 그 별은 땅에 있었지만 내겐 하늘의 그 어떤 별보다 내 마음을 밝게 비추었지...... 그 별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은 말로 다 할 수 없었소. 그 별을 위해 내 목숨까지도 바칠 정도로 나는 나 자신보다 그 별이 더욱 소중했소. 하지만......

나탄, 작은 조약돌을 하나 집더니 그것을 만지작거리다가 멀리 던지며,

나탄 : 얼마 안가 그것이 별이 아니란 걸 깨달았소. 그 때의 상처는 정말 말로는 표현이 불가능했소. 그 이후로 나는 모든 것에 대해 자포자기하는 심정이 되었고 아무렇게나 살게 되었소. 도둑질이며 살인을 서슴치 않았고,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나쁜 짓은 다 했소. 언젠가는......

 


 

 

자케우스(Zacchaeus)

 

 

도둑들의 부두목. 음흉하고 잔인하다. 장차 두목이 되려는 야심을 가지고 있으며, 그 계획에 타오르의 존재가 거슬리자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타오르를 박해한다. 틸자를 상습적으로 추행하다가 타오르와 큰 싸움을 벌인다.

 

 

-시나리오 맛보기-

 

동굴 뒷편 후미진 덤불 앞. 타오르가 막 그 앞을 지나가려는 순간 자케우스가 덤불에서 나온다. 타오르를 발견한 자케우스, 묘한 웃음을 띠고 타오르를 스쳐간다. 멀어져 가는 자케우스를 돌아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던 타오르, 덤불 앞을 지나가려다가 문득 걸음을 멈춘다. 귀를 세우는 타오르. 덤불 안쪽에서 여자의 우는 소리가 들려온다. 타오르, 덤불을 헤치고 들어간다. 헝클어진 옷매무새의 틸자, 울고 있다가 갑자기 나타난 타오르를 보고 놀라 몸을 일으키며 비실비실 웃는다. 그 바람에 그녀의 한쪽 젖가슴이 드러난다. 타오르 황급히 터번을 벗어 그녀의 몸을 가린다. 순간, 타오르의 머리속에 무언가 지나간다.

나탄의 천막 안, 두목은 간이침대에 누워있고 그의 옆에 아칸과 자케우스가 있다. 얘기 중에 천막에 들어오는 타오르. 타오르의 얼굴이 벌겋다. 분노한 표정. 안에 있던 세 명은 타오르의 갑작스런 등장에 놀란다. 그중에서도 자케우스는 더 놀랜다.

아칸 : 이 사람이...... 두목님이 그러다 놀라시기라도 하시면 어쩌려구......

타오르, 씩씩거리고 있다.

타오르 : (자케우스를 보고 있다.) 미안하오...... 자케우스, 잠깐 나 좀 보자구......

자케우스,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고 나탄과 아칸을 바라본다.

타오르, 천막에서 나온다.

나탄 : (자케우스를 보며) 무슨 일인가? 저자하고 싸우기라도 한건가?

자케우스 : 그럴 리가요...... 그런 일은 없는데......

아칸 : 저자가 화가 단단히 난 것 같으니 나가서 얘기를 해보는 게 좋겠네. 이거 괜한 말썽 만들지 말고 잘 처리하고 오게.

자케우스는 귀찮다는 듯한 얼굴을 하고는 천막 밖으로 나간다.

나탄 : 저 동방에서 온 자도 다시 제 갈 길을 가야 할 거야.

아칸 : 저자에게 다시 자유를 줄 거란 말입니까?

나탄 : 저 자가 있어야 할 곳은 여기가 아니야. 이제 곧 그를 불러 내보낼 생각이네.

나탄 : 난 저놈이 걱정이야.

아칸 : 뭐가 말입니까? 자케우스 말입니까?

나탄 : 생각이 짧고 경박한 놈인데다 야망이 큰 놈이야.

아칸 :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나탄 : 너도 저 놈을 너무 믿지 않는 게 좋아. 혹시라도 내가 잘못되면 너도 여길 떠나도록 하거라. 그게 너한테도 안전할 거야.

아칸, 근심스런 얼굴이다. 천막 밖을 바라본다. 천막 밖. 사람들이 모여 서로 얼굴만 바라보고 있다. 타오르가 자케우스의 멱살을 잡고 있다. 한 사내가 두목의 천막쪽으로 달려간다.

타오르 : 그 여자애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나쁜 놈...... 더러운 놈 같으니......

타오르, 멱살을 잡고 흔든다. 자케우스, 타오르의 손을 세차게 뿌리친다.

자케우스 : 뭐야, 겨우 그 따위 계집애 때문에 이러는 거야?

타오르 :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여기서 다 불어버리겠어! 다시는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도록 말야!

타오르의 말을 듣고 자케우스는 재미있다는 듯이 낄낄거리며 웃는다. 자케우스의 반응을 황당해 하는 타오르.

자케우스 : 뭐 해, 이 자식을 끌어 내지 않고! 뭘 그리 멀뚱멀뚱 보고만 있는 거야!

도둑들, 어쩌질 못하고 곤란한 표정을 짓는다.

자케우스 : 이 자식들도 이놈하고 한패거리가 됐구만!

도둑들, 고개를 숙이고 자케우스와 시선이 마주치는 것을 피한다.

아칸이 달려온다. 둘 사이에 달려드는 아칸.

아칸 : 이게 뭐하는 짓들인가? 왜 쌈박질을 하고 있는 거야!

다른 도둑들은 아칸이 오자 안심한 표정이다. 아칸, 자케우스를 타오르와 떨어뜨려 놓으려고 자케우스를 뒤로 서서히 밀어낸다. 자케우스, 아칸의 어깨너머로 타오르를 향해 소리지른다.

자케우스 : 불쌍한 샌님같으니...... 네가 저 아일 구원이라도 할 셈이냐? 낄낄낄...... 기둥서방 나셨구만 그래...... 낄낄......

타오르 : 기둥서방이고 뭐고간에 안돼. 절대 안돼!

자케우스 : 뭐가 그렇게 안된다는 거야? 나 말고도 여기 있는 대부분이 그 애랑 그 짓을 했다구...... 그렇게 화낼 일도 아닌데 왜 이러는 거야?

타오르 : 뭐......뭐라고?

황당한 얼굴의 타오르. 주위에 있는 남자들을 둘러본다. 타오르의 시선을 피하는 도둑들. 타오르는 그 이상 말을 잇지 못한다.

 


 

 

아칸(Achan)

 

 

도둑들의 부두목. 인정이 많고 천성이 착하다. 타오르를 존경하고 자케우스로부터 타오르를 보호하기 위해 애를 많이 쓴다.

 

 

-시나리오 맛보기-

 

타오르 : 너무 ......었어......

아칸 : 방금 뭐라고 했는가? 자네......

타오르 : (힘없이 중얼거린다)늦었네...... 너무 늦었네...... 내가 별이 언제까지고 곁에 있어주길 바랬던 거야. 그래...... 내 욕심이 지나쳤어. 난 너무 늑장을 부렸어...... 난...... 아...... 이스라엘의 왕은 사라진 별빛과 함께 나를 떠나버렸어...... 이제 어두운 하늘을 비춰줄 나의 별은 사라지고 없어. 무엇을 저주해야 한단 말인가? 별이 사라진 나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아칸 : 그게 무슨 소린가 타오르...... 자~자, 저기 하늘을 보게나. 무수한 별들이 빼곡히 반짝이고 있지 않나? 밤하늘은 결코 어둡지 않다네. 빛나는 것은 그 별뿐이 아니란 말일세. 잠시 반짝이다 사라진 별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잠시 뜸을 들인 후) 자네는 그 별보다 오래 있어줘야 하네. 암, 그렇고 말고...... 자네는 우리 두목을 구해줬지 않은가? 좀 엉뚱한 구석도 있지만 자네 같은 사람도 없다네. (활짝 웃어보이며) 나는 이스라엘의 왕은 바로 자네가 아닌가 생각한다네. 왕이 뭐 별건가?

타오르 : 하...... (고개를 떨구고 있던 타오르, 힘없이 웃는다)

아칸 : 아. 이 기회에 자네 고향에 가는 게 어떻겠나? 자네라면 틀림없이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자네 같은 사람이 나라를 통치해 준다면 좋을 텐데 말이야......

타오르 : 난 가지 않겠네......

아칸 : 뭐? (눈이 커진다)

타오르 : 가지 않을 걸세...... 난 여기 남겠네...... 가봐야 소용도 없다네...... 난 쫓겨난 거나 다름없거든...... 모든 걸 버리고 별도 잃어버린 이상, 난 갈 필요가 없네. 그래...... 자네 말대로 왕이 뭐 별건가? 그게 그렇게 대단한 거냔 말일세.

아칸 : 이 엉뚱한 친구야...... 도통 모를 소릴 하는군. 어쨌든 이런 곳에 있어준다니 영광이지만, 고생깨나 할 거라는 건 분명히 말해두겠네......

타오르 : ......사실 난 아직도 그 분이 살아계실 거라 믿고 있네......

아칸 : 그 분? (잠시 생각하더니) 어이구~ 이 친구야......

타오르 : 허허...... 그래 나는 원래 어쩔 수 없는 놈이라네...... 그냥 죽지 않고 살다보면, 언젠가 만날지도 모르지...... 어쨌든 지금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여기네...... (아칸을 바라보며 웃는다.)

아칸 : 원 사람 참...... (어리둥절해 하지만 반가운 기색이 역력하다.)

 


 

 

틸자(Trrsah)

 

 

도둑 소굴에 사는 소녀. 도둑들의 성적 노리개로서, 약간의 정신 이상 증세를 가진 소녀. 순수하고 맑은 영혼의 소유자. 타오르가 그녀를 보호하면서 타오르를 사모하게 된다. 타오르의 보호 덕에 정신을 되찾게 되고, 후일 오마르의 아내가 된다.

 

 

-시나리오 맛보기-

 

여인은 타오르의 얼굴을 유심히 살피는 눈치다.

여인 : (타오르를 바라보며) 저...... 혹시 죄송합니다만......

타오르, 여인을 바라본다.

여인 : 절 기억하실런지요?

타오르, 여인을 유심히 본다.

타오르 : 미안하오...... 노인네가 너무 쓸데없이 오래 살아서 그쪽이 잘 보이질 않는구려.

여인 : 접니다. 저예요. (매우 반가워하며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오마르, 어리둥절한 표정, 다시 한번 여인을 유심히 살피는 타오르. 눈이 커지는 타오르. 그의 뇌리에 도둑들의 소굴에서 만났던 틸자의 얼굴이 얼핏 스친다.

타오르 : 오...... 너는...... (여인의 손을 잡는다.)

틸자 : (감격한 듯) 타오르님...... 맞죠? 이렇게 뵙게 될 줄이야...... 왜 그 때 말없이 사라지셨어요? 제가 그 때 얼마나...... (눈물이 글썽글썽하며 말을 잇지 못한다.)

타오르 : 미안하다...... 널 지켜주지 못하고 빠져나와서...... 그 땐 어쩔 수 없었단다.

틸자 : 괜찮아요...... 지금 이렇게 다시 만났고...... 전 이젠 괜찮아요.

틸자, 벅차오르는 감격을 이기지 못해 어쩔 줄 모르다가 타오르의 수염을 만진다.

틸자 : 수염이 백설처럼 하얗게 변했군요. 하지만 다행히도 아저씨의 외모가 이국적이라 어떻게 변한다 해도 쉽게 알아볼 수가 있었어요.

타오르 : 반갑구나. 그래, 두목님은 잘 계시고?

틸자 : 아저씨가 떠난 후로 저도 금방 그곳을 나와서 잘 몰라요.

타오르 : 그래...... 그 동안 어떻게 지냈니?

틸자 : 그 곳을 나온 후로는 막막해지더라구요.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고...... 결국 이리저리 헤매다가......

타오르 : 헤매다가......?

틸자 : (망설이는 표정) ......몸을 파는 일을 하게 되었어요.

타오르 : (놀라는 표정) 뭐어?

틸자 : 지금은 아니예요......

타오르 : (지그시 눈을 감으며) 그래 고생이 많았겠구나......

틸자 : 고생은요...... 아저씨야말로 고생이 심하셨던 것 같아요. 이렇게 쇠약해지신 걸 보니...... 계곡을 나온 지 얼마 안 됐을 때였어요. 전 그렇게 밖에 돈을 모으는 법을 몰랐으니까요. 그러다가 그 분을 만나게 되었어요.

타오르 : 그 분? 그 분이라니?

틸자 : 모르셨어요? 지금 이스라엘 전체가 그분의 이야기로 난리도 아니예요.

타오르 : 대체 무슨 소린지 알아들을 수가 없구나.

틸자 : 하루는 사람들이 몰려와서 저를 향해 돌을 던지는 거예요.

장면이 바뀌고 사람들이 틸자를 향해 돌을 던지고 있다.

사람들 : 이런 더러운 창녀! 돼지 같은 것!

심지어는 아낙들까지 몰려와 돌을 던진다. 날아오는 돌을 맞으며 괴로워하는 틸자. 그러다가 어느 젊은 청년이 그 길을 지나다가 그 장면을 보게 된다.

청년 : 잠깐! 왜 이 여자에게 돌을 던지는 거요?

사람1 : 이 여자는 몸을 파는 여자입니다.

사람2 : 모세는 그런 여인들을 보면 이렇게 돌로 쳐서 (돌 하나를 주워 여인을 향해 던진다. 비명을 지르는 틸자) 죽이라고 말씀하셨소.

청년은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을 짓더니 손가락으로 모래 위에다가 어떤 글귀를 쓴다. 청년을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 돌 던지기를 멈추고 그 청년의 행동을 관찰한다. 여인도 그를 쳐다보고 있다. 곧이어 한 사람 한 사람 얼굴이 파래지기 시작한다. 모래 위에 한참동안 무언가를 쓰다가 손으로 지우는 청년. 주위에 있는 돌을 하나 주워다가 틸자를 향해 돌을 던지던 사람 중 한 사람에게 건네준다.

청년 : 당신들 중에 죄가 없는 사람이 먼저 이 돌로 저 여인을 치시오.

청년의 말이 떨어지자 가장 나이 많은 남자가 돌을 집어 틸자에게 다가와 돌을 던질 자세를 취하면서 청년을 힐끗 본다. 무표정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는 청년. 남자의 눈빛이 흔들린다. 청년, 다시 허리를 굽혀 땅에 무언가를 쓰기를 계속 한다. 나이 많은 남자, 자신없는 태도로 청년과 틸자, 그리고 주위에 둘러선 사람들을 바라본다. 공기조차 멎은 듯 한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나이 많은 남자, 천천히 손을 내린다. 그의 손에서 돌이 굴러 떨어진다. 역시 땅에 무언가를 쓰고 있다. 나이 많은 남자, 사람들 사이로 빠져나가 어디론가 사라진다. 다른 사람들도 하나 둘 사라진다. 이제 청년과 틸자 외에는 아무도 없다. 청년을 올려다보는 틸자. 그제서야 청년은 허리를 펴고 묻는다.

청년 : 그대를 정죄하던 사람들은 어디 있소?

틸자 : 아무도 없습니다, 선생님......

청년 : 나도 그대를 정죄하지 않겠소.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마시오.

청년, 틸자에게 손을 내민다. 틸자, 청년의 눈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그의 손을 잡고 일어난다.

틸자 : (하늘을 바라보며 감격스러워 하는 목소리로) 그 분이 제게 말씀하실 때 전 온 몸이 전율하는 것을 느꼈어요. 마치 제가 사람이 아닌 신 앞에 서 있는 느낌이었어요. 그 후로 전 그 분을 멀찌감치 쫓아다니며 그 분 모르게 도와드리고 있어요.

 


 

 

벤자민(Benjamin)

 

 

타오르가 노예 생활을 하던 때에 타오르 옆에 앉았던 남자. 젤롯(Zealot)당 당원으로서 조국 이스라엘에 대한 애국심으로 똘똘 뭉친 열정적인 사내. 로마 군인에게 반항하다가 상어밥이 되고 만다.

 

 

-시나리오 맛보기-

 

벤자민 : 아닙니다. 전 젤롯(Zealot)당원이었습니다.

타오르 : 젤롯당원? 그게 뭐요?

벤자민 : 우리 조국 이스라엘을 로마의 압제에서 해방시키기 위한 무장 항쟁 조직입니다.

타오르 : ......무장 항쟁?

벤자민 : 로마를 물리치기 위해 칼을 들고 싸우는 거 말입니다. 그래서 저들은 절 가만히 두질 않습니다. 이렇게 온몸이 벌집이 된 것도 다 그 때문이지요. 그래도 전 운이 좋았죠. 아시겠지만 로마제국에 대항하다 잡히면 십중팔구 십자가형 아닙니까? 근데 전 집안 덕을 좀 본 셈이죠.

타오르 : 집안 덕이라......

벤자민 : 저희 가문은 예루살렘에서 힘깨나 쓰는 집안인데다가 로마황제에게 충성을 아끼지 않는 집안이거든요. 제가 잡혔을 때 저희 아버지가 총독에게 뇌물을 바쳐서 사형만은 면하고 여기로 오게 된 것이지요.

타오르 : 젊은이...... 혹시...... 이스라엘 왕에 대한 예언을 알고 있소?

벤자민 : 그럼요. 우리 이스라엘 사람이라면 그 분에 대해서 모를 리가 없지요.

타오르 : (기대에 부풀어 보이는 타오르) 그 분에 대해서 자세히 말해 줄 수 있겠소?

벤자민 : 그 분이 오시면 우리 민족은 로마의 압제에서 벗어나게 될 겁니다. 그분만이 우리 민족을 구원해줄 유일한 사람입니다.

 


 

 

마하라자 타오르(Maharajha Taor) 말라르 왕

 

 

망갈로르 왕국의 왕. 타오르의 아버지. 인자하면서 엄격, 겉으로 보기에는 호탕하고 개방적으로 보이나 자신의 의견을 남에게 강요하는 단점이 있다. 본인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 또한 자신을 현명하다고 생각하나 마하라니 왕비의 손 끝에서 놀아나는 줄은 꿈에도 모르고 있다.

 

 

-시나리오 맛보기-

 

마하라자 왕 : 보시오, 왕비. 저기 춤추는 아이들은 내가 타국에 나가 있을 때 직접 고른 무희들이라오. 어떠하오?

마하라니 왕비 : 폐하께서 손수 고르신 여인들이라 그런지 정말 다들 아름답군요. 춤솜씨도 능한 것 같고요.

수많은 무희 중 타오르의 눈에는 빌틴느란 이름의 페니키아 소녀밖에 보이질 않는다. 왕비의 시선도 빌틴느를 좇고 있다.

마하라자 왕 : 그 중 제일 아름다운 아이가 저기 있는 페니키아 여자아이요. 아름답기만 한 게 아니라 총명하기까지 하다오.

마하라니 왕비 : 저 아가씨 말입니까?...... 그렇군요......

마하라자 왕 : 왕국 안의 모든 청년들이 저 아이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소. 저 아이가 신전 무용수이기 때문에 안전하기는 하지만...... 눈치를 보아하니 지난번에 니푸르왕국의 발사라르 왕이 데리고 왔던 발타자르 왕자도 저 아이를 보고 혼이 뺏긴 모양이오. 허허허......

왕의 말에 가만히 바라보던 마하라니 왕비, 눈썹이 꼿꼿해지더니 입을 삐죽이며 한마디 톡 쏜다.

마하라니 왕비 : 폐하도 저 아이에게 관심이 많으신 모양이옵니다.

마하라자 왕 : 뭐요? 으하하하하...... 내겐 당신 뿐이오...... 껄껄......

마하라니 왕비 : 그 말씀 진정이시옵니까?

마하라자 왕 : 그렇소, 진정이고 말고...... 껄껄껄......

마하라니 왕비, 한참을 망설이다가,

마하라니 왕비 : 폐하...... 제게 좋은 생각이 있사온데 말씀드려도 될런지요......

마하라자 왕 : 말씀해보시구려.

마하라니 왕비 : 지금 우리 망갈로르를 비롯하여 근방의 나라들은 모두 로마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세력이 워낙 막강한 만큼 우리 주변 국가들은 서로 힘을 합쳐 로마를 견제해야 합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서로의 우애를 확인하고자 우리 동맹국인 니푸르의 발타자르 왕자에게 저 페르시아 아이를 선물하는게 어떠실런지......

왕비의 말을 엿듣고 몹시 놀라는 타오르. 왕비의 말을 듣고 잠시 고민하는 마하라자 왕.

마하라자 왕 : 왕비의 말을 듣고 보니 그 또한 좋은 생각인 듯 하오.

마침 발타자르 왕자가 저 아이를 마음에 두고 있으니...... 두 나라의 우호를 위해서라도 좋은 일이오. 내 이 일은 그쪽에 사신을 보내어 의사를 물어보도록 하겠소.

마하라니 왕비 : 참으로 축하할 일입니다. 저 아이도 폐하의 은혜에 감사드릴 것이 틀림없습니다.

수염을 쓰다듬으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 마하라자 왕, 회심의 미소를 띠는 왕비.

 


 

 

마하라니(Maharani) 타오르 마모레 왕비

 

 

마하라자 타오르 말라르 왕의 왕비. 타오르의 계모. 자식에 대한 집착이 강하나, 권력에 대한 집착은 더욱 강한 야심가. 오래 전 후궁시절에 자객을 보내 왕위 계승권자인 타오르를 제거하려다가 당시 왕비였던 타오르의 친모와 악바르의 아버지인 경비대장을 죽인 미해결 사건을 타오르가 왕이 되면 드러날까 불안해하던 그녀는 자신의 친아들인 알타바르를 왕위에 올리기 위해 사악한 음모로 타오르를 곤경에 빠뜨린다.

 

 

-시나리오 맛보기-

 

잠시 후, 악바르가 시녀의 안내를 받아 왕비의 방안으로 들어온다. 악바르는 어안이 벙벙한 상태이다. 마하라니 왕비, 시녀에게 눈짓을 보내자 시녀가 밖으로 나간다.

악바르 : 어인 일로 소인을 부르셨습니까......

마하라니 왕비, 한참동안 그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은근한 말투로 입을 연다.

마하라니 왕비 : 어서 오게. 이제부터 내가 그대에게 중요한 임무를 내릴 것인 즉, 실수가 없도록 해야 하네.

악바르 : (경멸이 스치는 얼굴) 왕비께서 제게 무슨 임무시온지요.

마하라니 왕비 : 먼저 한가지 묻겠네. (잠시 뜸을 들인 후에) 그대는 타오르 폐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악바르 : 예? 무슨...... 말씀이시온지......?

마하라니 왕비 : 같은 말을 다시 해야 알아듣겠나? 타오르 폐하께서 이 나라를 잘 이끌어가실 것인지를 물었다.

악바르 : 왕비마마...... 전 단지 폐하와 이 나라에 충성을 다 할 뿐이옵니다. 저같이 미천한 것이 한 나라의 왕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것은 불충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하라니 왕비 : 호오, 그래? 충성심이 대단하구나...... 그건 그렇고...... 요즘 네 어미 때문에 마음 고생이 심하겠구나?

악바르 : ......

악바르, 긴장과 증오심이 얽힌 표정으로 침묵을 지키고 있자, 왕비가 넌지시 말한다.

마하라니 왕비 : 타오르 폐하께서 여행을 하시는데 충복이 필요하다는 것은 잘 알겠지? 네 충성심은 모르는 사람이 없으니 네가 가장 적임자이다. 헌데...... 듣자하니 넌 충성심 못지않게 홀어머니에 대한 효도심도 지극하니 이 중대한 임무를 어찌 감당할까 염려되어 내 친히 네 모친을 보살피기로 했다.

악바르 : 그게...... 무슨 말씀이옵니까?

마하라니 왕비 : 어허...... 내 말을 못알아듣는다? 네가 임무를 수행하고 돌아올 때까지 네 어머니를 내 손수 돌봐드리기로 했다는 말을 못알아듣는다는 게냐?

악바르 : 외람되오나 제 어머니께는 왕비님보다 제가 필요합니다.

마하라니 왕비 : 허나 네가 어머니를 모시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 내 말대로 하거라.

왕비, 저쪽에 서 있는 병사에게 눈짓을 한다. 병사가 두꺼운 커튼 몇 겹을 제치자 어두운 방이 하나 나타난다. 방구석에 놓인 침상에 사지가 묶여있는 악바르의 노모의 모습이 드러난다. 놀란 악바르, 벌떡 일어나며,

악바르 : 어, 어머니!

어머니가 묶여있는 방으로 달려가려는 악바르의 목 끝에 병사의 날카로운 칼끝이 겨누어진다.

 


 

 

악바르(Akbar)

 

 

타오르의 심복. 타오르가 이스라엘로 여행을 떠날 때 수행하던 하인. 효심이 유난히 강한 그의 성격을 악용한 마하라니 왕비의 계략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타오르를 곤경에 빠뜨리나, 후에 평생을 두고 이를 후회한다. 결국 30여년 후 타오르를 노예선으로부터 구출한다.

 

 

-시나리오 맛보기-

 

타오르도 이 엄청난 저택에 정신이 팔려있다. 으리으리한 거실로 안내된 두 사람. 식탁에는 노예시절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진귀한 음식들이 놓여있다.

오마르 : 야! 이런 신기한 과일은 내 평생 처음 보는 거라오.

오마르, 얼른 과일들을 집어 입안으로 꾸역꾸역 집어넣는다. 그 때 조용히 문이 열리고 한 노인이 들어온다. 타오르와 오마르는 그가 들어오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다. 그의 얼굴은 두건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는다.

노인 : 그렇겠지요. 하지만 폐하께서는 아마 이 과일들이 낯이 익을 겁니다. 폐하의 고향인 망갈로르에서만 나는 과일들이니까요......

타오르 : (놀란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며) 폐하......라고......? 그대는 도대체 누구요?

노인, 고개를 끄덕인다. 타오르, 노인를 바라보며,

타오르 :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구려.

노인, 격정에 가득 찬 듯 한동안 타오르를 말없이 바라본 후,

노인 : 이제야 이렇게 폐하를 모시게 되었군요. 그렇게 오랫동안 폐하를 찾았는데......

타오르 : ......?

오마르, 눈이 음식을 먹다말고 왕방울만해져서 타오르와 노인 두 사람을 번갈아본다.

타오르 : 대체 그대가 누구시길래......

노인 : 전...... 악바르입니다. 잘 기억이 안 나실지도 모르겠지만...... 폐하께서 망갈로르를 떠날 때 폐하를 보좌한......

타오르 : (눈이 커다래지며) 뭐, 뭐라고? 그럼...... 당신이 바로 그 자......

악바르 : 예...... 당시 저는 마하라니 왕비의 명령에 따라 일부러 도둑들이 자주 나온다는 계곡으로 폐하를 안내한 것입니다.

타오르 : 뭐어야......! (떨리는 목소리로)

얼빠진 표정으로 옆에 앉아있던 오마르, 타오르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흠칫 뒤로 물러난다.

악바르 : 용서하십시오.

타오르 : (기가 막힌다는 표정) 용서......? 지금 용서해달라고 했나?

타오르, 말을 잇지 못하고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제하지 못해 부들부들 떨고 있다. 심상찮은 분위기에 오마르는 입에 문 닭다리를 삼키지도 못하고 놓지도 못한 채 엉거주춤하고 있다. 타오르, 앙다문 이빨 사이로 새는 듯 한 목소리로,

타오르 : 용서...... 용서하라고? 으흐흐흐...... 용서? 그래, 한 인간을 이 지경으로 만들고도 용서만 빌면 모두 해결되는 줄 아나? 내가 그동안 겪은 일을 조금이라도 짐작한다면 그따위 말은 차마 할 수 없을 것이야! 내가 살아온 인생은 차라리 죽음보다 못해!

분노를 억누르고 말을 하던 타오르, 이윽고 터지는 분노로 방안이 떠나갈 듯 하다.

타오르 : 내, 영원한 불가마에서 고통받는 일이 있더라도 너를 용서할 수 없어!

오마르 겁에 잔뜩 질린 표정으로 슬그머니 닭다리를 상에 놓는다. 그 순간, 벌떡 일어난 타오르, 마침 근처에 있던 장식용 단검을 집어들고 악바르에게 달려든다. 악바르, 바닥에 넘어지고 타오르가 그의 목을 움켜쥐고 칼을 높이 치켜든다. 그러자 하인 청년이 비호처럼 달려들어 타오르의 팔을 나꿔채면서 소리친다.

청년 : 폐하! 이러시면 안됩니다.

타오르 : 이것 놓지 못해!

타오르. 청년의 손을 뿌리치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젊은 청년의 힘을 당해낼 수는 없다. 청년, 타오르의 칼 쥔 손가락을 억지로 펴자 칼이 바닥에 악바르의 얼굴을 아슬아슬하게 스치면서 바로 옆에 떨어져 꽂히면서 부르르 떤다.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있던 악바르는 눈을 감는다.

청년에게 제지되어 노인에게서 떨어지며 고래고래 소리지르던 타오르, 갑자기 머리를 감싸쥐고 무너지듯 바닥에 주저앉으며 오열한다. 끓어오르는 울분과 회한으로 자신의 머리를 감싸 쥐고 어쩔 줄 모른다. 꼭 쥔 그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다. 오마르, 그런 타오르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 등을 토닥이며 어떻게든 진정시키려고 노력한다. 타오르가 한 손을 뻗어 오마르를 밀쳐낸다. 사람들, 아무 말도 못하고 무거운 침묵에 싸여 타오르를 보고만 있다. 한참 끙끙거리던 타오르, 겨우 정신을 수습한 후 악바르에게 말한다.

타오르 : 아니...... 이봐...... 난 30년동안...... 아니, 내 고향을 등지기 시작했을 때부터 처절하게 실패만 해왔어. 그동안 한 가지 목적을 위해 모든 것을 참았어. 그러나 이젠, 이젠 정말 화가 나서......

악바르는 아무 말도 못하고 죽은 듯이 고개만 숙이고 있다. 무거운 시간이 흐른 잠시 후 악바르, 용기를 내어 말한다.

악바르 : 폐하의 진노를 받아 마땅합니다. 폐하의 손에 죽어서 제 죄를 씻을 수 있다면 기꺼이 죽겠습니다. 저는 그 일로 인해 큰 병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오마르 : 저어...... 제가 낄 자리는 아닙니다만...... 선생님, 아니 폐하께서도 이제 그만 용서하시죠. 뭐...... 다 지난 일 아닙니까. 이렇게 결국 선, 폐하를 그 지옥에서 구해 주신 거 아닙니까? 안그렇습니까?

오마르, 악바르를 돌아보며 동의를 구한다.

타오르 : 자넨 남의 일이라고 쉽게 말하지 말게! 먹던 거나 마저 먹어!

오마르, 살금살금 눈치를 살피다가 무안해하며 도로 음식을 입에다 집어넣는다.

악바르 : 그 일 이후 저는 양심의 가책으로 도저히 살 수 없었습니다. 왕비께서 후에 저를 죽이려 해서 고향을 등지고 숨어 살았습니다. 왕비한테 받은 돈으로 이렇게 풍요로운 생활을 하게 되었지만...... 폐하에 대한 생각을 한번도 떨칠 수 없었습니다. 몇 년 후에 폐하께서 살아계시다는 소문을 듣고 폐하를 찾기 위해 곳곳을 돌아다니다가 군선의 노예가 되셨다는 소식을 듣고 군선들이 자주 정박하는 여기까지 오게 된 겁니다.

타오르 : (노여움을 띄며) 세상에 이런 법이...... 난 그 분을 만나기 위해 그 많은 고통을 참아낸 것인데...... 그것만이 나의 유일한 희망이었거늘......

오마르는 타오르와 노인을 번갈아 쳐다보며 눈치를 보고 있다.

악바르 : 진정하십시오. 폐하......

타오르 : 지금 진정하라고 했나? 내가 그 분을 뵈려고 얼마나 많은 준비를 했는데...... 내 가족들...... 고향, 친구들...... 다 등지고 이렇게 먼 길을 왔건만...... 이게 대체 뭐란 말인가?

 

노인 : 폐하...... 폐하게 보여드릴 것이 있습니다.

악바르가 시종에게 눈짓을 하자 시종이 어떤 조그마한 상자를 가지고 온다. 청년, 시종에게서 그 상자를 넘겨받고 타오르에게 다가간다.

악바르 : 폐하...... 폐하께서 오래 전에 잃어버리신 물건입니다.

타오르, 청년의 손에 들린 상자를 바라본다. 악바르, 그 상자를 열어 타오르에게 보여준다. 눈이 휭그레지는 타오르. 그 상자 안에는 망갈로르를 떠나기 전 빌틴느가 주었던 별 모양의 목걸이가 빛을 뿜고 있다.

악바르 : 언젠가 폐하를 찾으면 이걸 꼭 돌려드리려고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타오르,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다. 머릿속에 어렴풋이 남아있는 빌틴느의 얼굴이 스쳐 지나간다.

타오르 : 빌틴느...... 저 세상에서도...... 날...... 여태껏 기다려 주었구려......

타오르, 진주목걸이를 들고 부들부들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더니 끝내 주저앉아 오열을 터뜨린다. 그의 침과 눈물이 목걸이에 떨어져 흔들린다. 악바르, 침통한 얼굴로 타오르를 바라본다. 오마르도 음식을 입에도 대지 못한 채 타오르를 바라보고 있다.

 


 

 

알타바르(Altabar)

 

 

타오르의 이복동생. 마하라니 왕비의 아들. 타오르가 망갈로르를 떠난 후 왕이 된다.

 

 

 

 

 

 

 

 

 

 

 

 


 

 

바르디아

 

 

타오르의 스승. 점성술의 대가인 존경받는 Magi. 현명하고 자상하다. 때론 필요에 의해 엄격해지기도 한다. 여러 분야에 대한 상당수준의 지식을 갖고 있다.

 

 

-시나리오 맛보기-

 

타오르 : 오늘 악바르한테도 그 얘길 해줬어요. 그런데 악바르도 알고 있더군요.

바르디아 : 무슨 얘기 말입니까?

타오르 : 마기선생님께서 제 질문은 너무 어렵다며 해주신 얘기 있잖습니까?

바르디아 : 혹시 이스라엘의 왕 얘기 말씀하시는 겁니까?

타오르 : 네, 맞아요. 그 얘기요. 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주실 분이라고 하셨잖아요.

바르디아 : 예언으로 전해지고 있긴 합니다만...... 요즘 들어선 그 얘기를 왕자님께 해 드린게 잘 한 일인지...... 통 모르겠습니다. 그 전에도 가끔은 가셨지만 그 얘기를 들으신 후로는 거의 매일 별 보러 동산에만 가 계시질 않습니까?

타오르 : 그건......

바르디아 : 전 왕자님과 마찬가지로 왕자님께서 그토록 궁금해 하시는 의문들에 대해 속 시원히 해답을 내리시길 진심으로 빕니다. 허나 이러다가 장차 왕이 되실 왕자님께서 엉뚱한 길로 빠지시는게 아닌가 걱정이 됩니다. 의문의 해답을 찾기 위해 무턱대고 이스라엘 왕을 찾으러 나서진 않을까 하는 불안 말입니다.

타오르 :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던가요? 전 때가 되면 그 분을 뵈러 이스라엘로 갈 겁니다.

바르디아 :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타오르 : 그 분을 뵙고 그분에게서 해답을 얻을 것입니다.

바르디아 : 왕자님, 왕자님께는 때가 되면 원하는 건 뭐든지 얻을 수 있게 됩니다. 반드시 이스라엘 왕이 아니더라도 망갈로르에도 소인보다 지혜로운 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들에게서 해답을 구해도 될 일입니다. 거기다 이스라엘은 왕자님이 가시기엔 너무나 험난한 곳입니다. 이스라엘로 가는 길목 곳곳에 도적들이 숨어 있는가 하면 나병환자, 부랑아가 아무렇지 않게 길거리를 배회하는 그런 곳입니다. 예언으로 이스라엘 왕에 대한 얘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긴 하나 그 때문에 왕자님이 위험에 빠지는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타오르 : 선생님께선 질문에 대한 해답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얻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어찌하여 저의 이스라엘 행은 막으시는 겁니까? 어차피 사람은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제 생각에 중요한 건 상황이 아니라 그에 대한 당사자의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께선 절 이해해 주실 줄 알았습니다.

바르디아, 타오르의 말이 다 끝날 때까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있다.

바르디아 : 이 일은 천천히 얘기해 보도록 합시다. 오늘은 늦었으니 편히 쉬도록 하십시오.

 


 

 

가우마타

 

 

빌틴느가 낳은 타오르의 아들. 행동파형. 어머니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성인이 되어 타오르의 행방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왕자 : 아닙니다, 어머님...... 구름이 해를 잠시 가릴 수는 있지만 해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시나리오 맛보기-

 

빌틴느, 말없이 왕자를 보며 희미하게 웃는다.

가우마타 왕자 : 어머님...... 구름이 태양을 영원히 감출 수 없듯이 어머님의 얼굴은 어머님의 속마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

빌틴느, 흠칫 놀란 얼굴로 왕자를 쳐다본다.

빌틴느 : 무슨 말씀이시오, 왕자......

가우마타 왕자 : 부디 제게 말씀해주십시오. 무엇이 어머니의 아름다운 얼굴을 근심으로 채우는지를......

빌틴느, 한숨을 쉬고 창밖을 쳐다본다.

가우마타 왕자 : 설사 말씀해주시지 않으신다 해도 전 이미 짐작은 하고 있습니다.

빌틴느 : ......

가우마타 왕자 : 어머님께서는 저를 바라보실 때마다 제 얼굴에서 어머님이 그리워하시는 어떤 분을 찾으셨습니다. 조금 전 제가 어머님께 인사를 드릴 때도 어머님은 그런 표정이셨고요.

빌틴느 : 왕자, 무슨 말씀을......

빌틴느, 새파랗게 질린 얼굴.

가우마타 왕자 : 하인들이 하는 얘기를 우연히 듣게 되었습니다. 망갈로르의 타오르왕에 대한 얘기였습니다.

빌틴느의 얼굴에 당황한 빛이 떠오르더니 눈가에 이슬이 맺힌다.

가우마타 왕자 : 제 짐작이 맞는지요?

빌틴느 : ......

 


 

 

발사라르

 

 

니푸르(Nipur) 왕국의 왕, 발타자르의 부친.

 

 

-시나리오 맛보기-

 

타오르 일행을 발견한 발사라르 왕.

발사라르 왕 : 오오~ 신부가 도착하였구려. (몸소 계단 밑까지 내려오며) 어서 오시오. 이 먼 길을 오느라 수고가 많았소.

마하라자 왕과 타오르는 말에서 내려온다. 빌틴느도 시녀의 도움을 받는다. 빌틴느의 얼굴은 눈 밑에부터 베일에 가려져 있다.

발사라르 왕과 마하라자 왕은 서로 부둥켜안은 뒤 뺨을 비비고 인사한다. 뒤이어 니푸르의 왕비가 계단에서 내려오고 타오르와 뺨을 비비고 인사를 한다.

발사라르 왕의 방. 발사라르 왕이 들어온다. 곧이어 점쟁이가 들어온다.

발사라르 왕 : 아니, 당신은 손님들이 많은데서 왜 그런 얼굴을 하고 있었던 건가? 도대체 점괘가 어떻게 나왔길래......

점쟁이 : 엔릴님은 더 이상 이 나라를 보살펴 주시질 않으실 겁니다.

발사라르 왕 : 그게 무슨 소린가?

점쟁이 : 닭의 간이 심하게 붉은 것을 보면 곧 재앙이 닥칠 것입니다.

발사라르 왕 : 그게 무슨 소린가? 다른 방도는 없단 말이냐?

점쟁이 : 헌데 한 가지 이상했던 것은......

발사라르 왕 : 이상했던 건?

점쟁이 : 간이 두 갈래로 갈라져 있었다는 것입니다.

발사라르 왕 : ......여기 오신 손님 중 누군가가......

점쟁이 : 네, 손님 중 누군가가 자기 고향을 등지고 여행길에 오를 것입니다.

발사라르 왕 : 예부터 간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건 여행자의 성공을 의미한다지?

점쟁이 : 그렇긴 합니다만......

발사라르 왕 : 만약 첫 번째 점괘가 맞는다면 두 번째 점의 주인은 우리 발타자르 왕자가 되어야 할 걸세......

점쟁이 : 허나 그것은 인간의 힘으로 어찌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저로서도 슬픈 일입니다.

점쟁이, 발사라르 왕의 방에서 물러난다.

 


 

 

테오덴

 

 

팔미렌느(Palmirene) 왕국의 왕, 멜키오르(Melchior)의 부친.

 

 

 

 

 

 

 

 

 

 

 

 


 

 

나자렛 예수

 

 

타오르의 인생을 망친 장본인으로 자칭 신의 아들이라고 주장하다가 처형을 당한다. 지금까지도 모든 인류를 헷갈리게 하는, 어지간해서는 이해할 수 없는 성격의 소유자.

 

 

-시나리오 맛보기-

 

청년 일행과 마주친 타오르와 오마르, 청년은 머리 위에 천을 두르고 있어 얼굴이 잘 보이질 않는다. 일행 중 키가 크고 눈이 부리부리하며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와 청년이 타오르에게 다가와 말을 건다.

남자1 : 노인장. 혹시 물 한 모금 얻어도 되겠습니까?

타오르 : 그러시오. 여기 있소.

타오르, 자신이 갖고 있던 물동이를 건네준다.

오마르 : 에잉~ 선생님...... 우리도 물이 얼마 안남았다구요......

타오르 : 물은 나중에 우물이 나왔을 때 다시 뜨면 되는 거네. 뭘 그런걸 아까워하고 그러는가?

오마르, 타오르의 말을 듣고 입이 삐쭉 나온다.

남자1 : 고맙소. 선생님, 여기 물 좀 드시죠.

남자1은 타오르에게 건네받은 물동이를 청년에게 건네준다. 청년, 머리에 걸친 천을 내리고 물을 마신다. 타오르는 청년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청년, 물을 마시다 말고 타오르를 바라본다. 옆에 있던 남자1, 타오르에게 묻는다.

남자1 : 노인장께서 우리 선생님께 무슨 할 말이라도 있으십니까?

타오르 : 아니...... 아니올시다...... 내가 찾고 있는 사람이 젊은이를 많이 닮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 혹시 젊은이...... 나이가 어떻게 되나?

청년 : 글쎄올시다...... 아마 30은 넘었을 겁니다.

타오르 : 태어난 곳은......?

청년 : 베들레헴입니다.

타오르 : 베들레헴......? 이...... 이보게, 젊은이...... 혹시 자네 아버님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

청년 : ......

타오르 : 제발 좀 알려주게.

청년 : ......누굴 그렇게 찾으십니까?

타오르 : 말하자면 길다오. 부디 기분 상하게 생각지 말고 가르쳐주게. 난 망갈로르쪽의 사람이네, 이스라엘의 왕이라는 자를 찾기 위해 이곳까지 왔다네.

청년 : 이스라엘의 왕이라......

이때 남자1이 끼어들려고 하자 청년이 손으로 막는다.

청년 : 왜 그리도 애타게 그를 찾는 겁니까?

타오르 : 그 인간에게 희롱당한 한 인간의 인생에 대한 변명을 듣고 싶네. 난 어떻게든 그 작자를 찾아야 하네.

그 말을 듣고 미소 짓는 청년, 이 때 끼어드는 남자2,

남자2 : 선생님, 나머지 제자들이 돌아왔습니다. 어서 길을 떠나셔야죠.

청년 : 나머지 제자들을 데리고 당신들 먼저 가 있으시오. 난 피터와 곧 뒤따라가겠소.

남자2는 나머지 제자들과 먼저 길을 떠난다.

청년 : 노인장, 물 잘 마셨습니다. 난 노인장이 찾는 사람이 아닙니다. 아무쪼록 노인장이 찾는 그 분을 꼭 만나시길 바라겠습니다. 갈 길이 급하니 우린 먼저 떠나겠습니다. 피터, 갑시다.

남자1과 청년은 타오르를 등지고 길을 떠난다. 그러다가 청년이 뒤돌아서서 타오르를 부른다.

청년 : 이보십시오, 노인장.

타오르 : 왜 그러오? (약간의 긴장과 희망이 섞인 얼굴)

청년 : 어쩌면 노인장이 찾으시는 그분은 멀리 있지 않을 겁니다.

타오르 : 그게 무슨 말인가?

청년 : (미소 지으며) 글쎄올시다...... (천을 머리 위로 쓰며) 안녕히 계십시오.

남자1 : 선생님, 왜 사실대로 말씀하시지 않으신 겁니까?

청년 : 저 분은 아직도 모르고 있소.

남자1 : 뭘 말씀이십니까?

청년 : 피터, 그 분이 찾는 건 이스라엘의 왕이 아니라 진리라오. 그건 자신의 몸 밖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오. 저 노인장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그 사실을 모르고 있소. 또 알려고 하지도 않소. 그것을 알고 진리를 좇는 데에는 많은 고통이 따른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오. 그런 데에 비해 저 노인은 그것을 찾기 위해 멀리까지 와서 많은 시간과 물자를 소모했을 것이오. 허나 그가 아직도 깨닫지 못한 것들이 있소. 그게 좀 아쉬울 따름이오.

저 멀리 사라지는 청년 일행. 타오르와 오마르, 그들이 사라질 때까지 눈을 떼지 않고 쳐다보고 있다.

오마르 : (투정하는 말투) 거보세요 영감님, 아니 선생님. 그렇게 쉽게 그 사람이 짠~하고 나타날 거면 벌써 나타났지. 안 그렇습니까? 하긴...... 나 같아도 선생님을 피하고 다닐 테지......

타오르 : 무슨 뜻인가?

오마르 : 아니, 선생님. 선생님을 만나게 되면 그 양반 뼈도 못추릴 텐데 어디 무서워서 코빼기나 내밀 수 있겠습니까?